3년 전쯤이다. 사무실 근처 오래된 주택가에서 가끔 점심을 해결하던 중, 어느 날 그 일대가 '정비구역 지정 예정'이라는 현수막이 걸린 걸 봤다. 처음엔 별 생각 없었는데, 그 근처 빌라가 하루가 다르게 매물로 나오는 걸 보고 "이게 그 재개발인가?" 싶어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때부터 혼자 공부를 시작했다. 재개발이랑 재건축, 둘 다 아파트를 새로 짓는 거라는 건 알았지만, 절차나 투자 타이밍은 전혀 몰랐다. 어느 날 친구한테 들은 말이 인상 깊었다. "재개발은 사람, 재건축은 숫자 싸움이야."

이 말, 생각보다 맞다. 특히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진입 타이밍이나 사업 속도, 사업성까지 완전 다르다.

재개발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재개발은 주로 빌라, 단독주택, 연립주택 등이 밀집한 곳에서 시행된다. 말 그대로 도시를 '다시 개발'하는 개념이다. 새 아파트만 짓는 게 아니라 도로, 하수도, 공원 등 기반 시설까지 전부 손본다.

그래서 첫 단계는 '정비구역 지정'. 여기서 시간이 꽤 걸린다. 지자체가 현장 조사를 통해 노후도, 기반시설 수준, 인구 밀도 등을 평가하고 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보통 1년 내외가 걸린다.

그다음은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 일종의 주민 모임이다. 여기서 주민 동의를 얻어 조합을 설립한다. 조합 설립 인가는 토지 등 소유자 75% 이상 동의가 필요하고, 이 동의율을 맞추는 데 진짜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

재건축은 어디부터 걸릴까

반면 재건축은 좀 다르다. 30년 이상 된 아파트가 대상인데, 구조적 안정성이나 주거 환경이 열악해야 가능하다. 그래서 첫 단추는 '안전진단 통과'다.

안전진단은 예전보다 통과가 까다로웠지만 최근 다시 완화되면서 조금씩 진행 속도가 빨라졌다. 여기서 D등급 이하 판정이 나야 재건축이 가능한데, 이 과정에서 탈락하는 단지도 수두룩하다.

그다음은 재개발과 비슷하다.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 → 조합 설립 인가 → 시공사 선정 → 사업시행 인가 → 관리처분 인가 → 이주 및 철거 → 신축 및 입주 순으로 흘러간다.

평균 소요기간, 정말 10년 걸릴까

2025년 LH토지주택연구원 자료 기준으로 보면,

재개발은 평균 10년 4개월,

재건축은 평균 10년이다.

재개발은 조합 설립까지는 약 9개월, 사업시행 인가까지 28개월, 관리처분 인가까지 31개월, 착공까지 21개월, 준공까지 35개월이 걸린다.

재건축은 안전진단 ~ 정비계획까지 2.5년, 조합 설립에 1.5년, 사업시행 및 관리처분에 각각 1.5년, 이주 및 철거 1년, 공사 및 준공까지 3~4년, 해산까지 1.5년 정도 잡는다. 강남3구는 평균 15년 걸리는 경우도 많다.

투자 타이밍, 어디가 중요할까

내가 가장 많이 본 투자자들의 진입 타이밍은 '조합 설립 인가 이후'였다. 이 시점부터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실제로 주변 부동산에서도 이때부터 호가가 오르고, 매물이 점점 사라진다.

반면 안전진단 이전이나 추진위 구성 단계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예를 들어 은마아파트처럼 20년 가까이 조합 설립을 못하고 제자리인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엔 매수 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부담이 클 수 있다.

따라서 투자 목적으로 접근할 때는 조합 설립 인가 이후 혹은 사업시행 인가 단계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분양권과 추가 분담금의 현실

재건축 조합원이 됐다고 해서 그냥 새 아파트를 하나 받는 건 아니다. 전용면적, 위치, 조망 등에 따라 권리가 다르게 배정된다. 이걸 '입주권'이라고 부르는데, 분양 신청을 하지 않으면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그리고 신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기존 자산 가치와 차액을 채우기 위해 조합원이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게 의외로 부담이 크다. 처음엔 몰랐는데, 새로 짓는 아파트가 15억인데 내 기존 자산 평가가 8억이면, 나머지를 부담해야 입주권을 유지할 수 있다.

요즘은 공공재건축, 소규모 재건축도 많다

정부 주도의 공공재건축은 LH나 SH가 참여해서 속도를 빠르게 하고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대신 일반 분양 비율이 높아 조합원 몫은 줄어들 수 있다. 또, 조합이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민간 재건축보다 규제가 많다.

소규모 재건축은 200세대 미만 단지를 대상으로 하며, 절차가 간소화돼 빠르게 진행되는 장점이 있다. 대신 사업성이 낮거나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을 수 있어 수익률은 제한적이다.

서울 재개발 재건축 절차 소요기간과 조합 설립까지 투자 타이밍까지 한눈에 이해하기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결국은 '10년 싸움'이다. 단순히 오래된 집을 새 집으로 바꾸는 일이 아니라, 법적 절차, 주민 동의율, 시공사 선정, 분양, 이주 등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3년 전에 사두고 지금도 제자리걸음이라며 후회하고, 누군가는 5년 전에 샀다가 올해 입주를 앞두고 웃는다.

결국 중요한 건 '시간'과 '타이밍'이다. 적어도 투자 목적으로 접근할 거라면, 현재 어느 단계에 있는지,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게 무엇보다 먼저다.